시드니에 산지 8개월이 되던 달에, 뉴질랜드에 다시 돌아왔어요. 3개월 동안만 뉴질랜드에 있으려 했는데 그게 사람 일이라는게 참 신기하게도 편해지면 눌러붙게 되더군요. 부모님도 언제 가려나 하다가 당황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떡밥을 계속 뿌려놓았었으니 너무 놀라시진 않았을거에요.
오늘은 시드니로 첫 출장을 간 날이에요. 사실 시드니에 살면 출장을 못오는데 근무지를 뉴질랜드로 변경했기 때문에 이렇게 회사가 돈까지 내주면서 오라고 하네요. 참 이렇게 좋은걸 못하고 있었다니 (어쩌면 이걸 노리고 근무지를 바꾼걸 까요).
왜 옷을 저렇게 킹받게 입고 있었냐면... 계속 앞에서 기침을 하길래 어떻게든 침의 영향권을 막으려고 한 저의 노력이였다고 할까. 결국엔 마스크를 썼지만 말이에요. 아니 출장가는데 감기걸리면 눈치보이고 참여 못할텐데 그런 생각 드니까 저 기침하는 분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는데... 아직까지는 별 증상 없으니 5일동안은 안아프길 바래야죠. 아니 10일동안 안아파야함.
시드니에 오자마자 펼쳐지는 풍경 캬. 너무 멋집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아직도 비가 한참 오고 있어서 마치 비를 피해 피서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공항 앞 분위기가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시드니는 이제 제 2의 고향인가봐요. 아 아니다, 제 3의 고향이구나.
뭔가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시골쥐 느낌도 들고, 내가 여기서 살았었지 하는 자부심과 뿌듯함, 뭔가 모를 거만함까지 갖추고 시드니를 입성했어요.
숙소는 첫날은 에핑 근처로 잡았어요. 거리가 꽤 멀기도 하고 해서 중간지점인 Haymarket에 들르기로 했어요. 그 곳의 맛집이라면 섭렵하듯 다 탐방했었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 걸어다니던 찰나에, 아주 눈부신 간판을 가지고 있는 중국 만두 집이 눈에 띄지 뭐에요.
제 맛집 기준은 일단 번화가 근처에 사람들 많고 최근에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파는 집이에요. 아무리 맛있어도 최근에 먹은 음식을 사먹으면 걍 별로 엄청 감동이 밀려오거나 그러진 않더라구요.
아무튼 들어가자 마자.... 캬 오픈 키친에 하얀 조명에 밀가루 반죽 냄새가 확 풍겨 오면서 제 이목을 사로 잡았죠. 여기다 싶어서 자리 잡고 샤롱바오 하나 시켰는데...
와 이 맛이지. 국물이 짭짤하면서 달달한데, 이게 중국 특정 지역의 샤롱바오라고 알고 있어요. 한 지역은 Savoury하게 만들고 한 지역은 되게 Sweet하게 만드는게 그쪽 룰 이랄까. 아무튼 선택 오졌다 김하진. 담에는 오리고기도 함 먹어봐야지. 혼자 가서 샤롱바오 하나에 15불이라 뭔가 오리까지 시키기에는 좀 부담스러웠어요.
정신을 차리고 에핑의 저희 숙소를 찍고 우버를 탔어요. 세상에나, 우버도 지원을 해준다니 우리 회사 짱짱.
오는 길에 North Sydney를 향한 야경을 보는데,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봤자 3개월 전이지만. 하버 브릿지를 따라 걸어갈 수 있는 인도길과 그 앞의 넓게 들어선 빌딩 숲. 뭔가 서울 느낌도 들면서 외국의 느낌이 나는 그런 이국적인 느낌이에요. 이래서 사람들이 시드니 뽕에 뻑가지.
신기했던 건 뭔가 정감까지 든다는 것이었어요. 만약 제가 처음 시드니를 왔다면 그런 느낌 보단 새롭다고 느꼈겠죠. 머릿속에 내가 어디있고 시드니 지형은 어떻고가 다 들어가 있으니, 옛날 살던 동네 둘러보는 느낌도 들고, 밤이라 그런지 감성이 새로웠네요.
시드니가 이제 더 멀리 있으니 더 정이 가고 더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빠가 싱가포르를 볼 때 참 옛날 생각이 나고 푸근하고 좋다고 했는데, 저는 싱가포르에 대해서 그런 생각은 없거든요. 아빠는 일 출장 하면서 자주 싱가포르를 가면서 강 근처도 회사사람들이랑 걷고 그러면서 그 도시에 정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절 보니 제가 시드니에 대해서 똑같이 생각하고 있네요.
아무튼 현재시각 10시 41분, 자야 할 시간이 왔어요. 내일 일정은 그레이스 호텔로 가서 짐을 맡겨 놓고 회사에 가서 팀과 함께 여러 워크샾을 가질 예정이에요. 내일을 위해서 전 자러 가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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