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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until 15 Jul 2021/Writing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

by hajinny 2021. 6. 13.

남을 도와준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특히 내가 가진 재능이나 지식으로 남을 돕는 것은 정말 가치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돕는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일 것이다. 이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불편한 일이다. 마음 편하게 감사하다고 하기에는 시간을 뺏긴 것 같고, 오히려 그 도움을 받는데 들어간 노력 때문에 억울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감사하단 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아마 감사할 만한 'benefit'을 받은 만큼 보다 자신을 귀찮게 한/마음 편치않게 도움을 받는데 쓴 노력과 시간의 'cost' 를 더 크게 느꼈기 때문이리.

 

그 사실을 인지할 때 사실 도움을 준 사람도 살짝 갈등이 느껴진다. 필요 이상의 노력을 부었음은 물론이요 (적어도 옳은 방향으로 힘을 쓰진 않았으니), 자신의 노력에 대해서 '보상'(곧 감사, 존경 등의 반응)을 받지 못하거나 껄끄러운 상황에서 진심이 아닌 것 같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결국 그 '과도한' 혹은 '방향이 잘못 된' 도움이란 도움을 주는 사람의 주도 아래 생긴 일이니 (도움달라고 한 사람은 그만큼을 바라지 않았다!) 뭔가 부끄러운 마음 한 곳에 또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움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둘 다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 (적어도 blame을 해선 안되는 이유).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였으며, 도움을 준 사람은 자신의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살짝 엇빗나간 것 뿐이다. 

 

그냥 속으로만 안타까워하며, 이 불편한 사실을 알아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다음에 만날 때는 환한 얼굴로 만나면 된다. 그게 뭐 별거라고.

 

다음에 도와줄 때는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료하게 도움을 주기를.